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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평등의 가치: 신 앞에 모두가 같은 존재라는 믿음

by peongc 2025. 4. 3.

 

산.계곡

종교와 평등의 가치: 신 앞에 모두가 같은 존재라는 믿음

평등은 인권의 핵심 가치이며, 종교는 오랜 세월 동안 이 개념을 신앙과 윤리의 언어로 전해왔습니다. 본 글에서는 세계 주요 종교가 어떻게 인간 평등을 가르쳐왔는지, 그리고 오늘날 차별 문제에 종교가 어떤 책임과 가능성을 지니는지를 살펴봅니다.

모든 인간은 같은 존엄을 지녔는가: 종교의 오래된 질문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이 문장은 근대 민주주의의 핵심 선언이지만, 사실 그 뿌리는 종교의 가르침 속에도 깊게 박혀 있다. 기독교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인간’이라 말하고, 불교는 ‘모든 중생이 불성을 지녔다’고 가르친다. 이슬람은 인종과 출신을 불문하고 ‘알라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고 강조하며, 힌두교와 유대교도 고유한 방식으로 인간 존엄과 평등을 전해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종교는 평등을 가르치면서도 역사 속에서는 종종 **차별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여성, 다른 인종, 타 종교인, 성소수자, 하층 계급 등에 대한 억압은 때로 종교적 논리로 정당화되기도 했다. 이는 종교의 본래 정신과는 다른, **제도화된 종교**가 사회 권력과 결합했을 때 발생한 왜곡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더 평등한 사회, 더 포용적인 공동체를 원한다. 그리고 그 여정에 있어서 종교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축이다. 종교가 인간의 내면을 움직이고,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며, 공동체를 조직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종교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진정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고 있는가?” “우리의 신앙은 누구를 끌어안고,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가?” 이 글에서는 세계 주요 종교들이 전해온 **평등의 사상**과, 그 이면에 존재했던 **차별의 그림자**, 그리고 오늘날 종교가 다시 평등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성찰해보고자 한다.

 

종교가 말하는 평등, 그리고 마주한 과제들

**1. 기독교 – ‘하나님의 형상’ 속의 인간 존엄** 기독교는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사람을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셨다”라고 선언한다. 이는 모든 인간이 외적 조건과 상관없이 동등한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믿음이다. 예수는 사마리아인, 세리, 여인, 병자 등 당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먼저 찾아갔으며,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말씀으로 위계의 질서를 전복했다. 하지만 중세 교회와 식민 시대의 기독교는 유럽 중심주의적 사고로 인해 다른 민족과 문화에 우월감을 갖고 접근한 역사도 있다. **2. 불교 – 모든 중생의 평등한 불성(佛性)** 불교는 인종, 신분,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존재라고 본다. 특히 초기 불교에서는 사문(출가자) 공동체 내에서 신분 차별이 없었으며, 이는 당시 인도 사회의 카스트 제도에 대한 도전이었다. 다만, 일부 불교 전통에서는 여성 출가자에 대한 차별이나 특정 계층 중심의 교단 운영 등으로 인해 평등사상의 실현이 미흡했던 시기도 있었다. **3. 이슬람 – 인종과 출신을 초월한 공동체 의식** 이슬람은 “너희는 민족과 부족으로 나뉘었으나, 알라 앞에서는 경건한 자가 가장 존귀하다”라고 가르친다. 메카 순례는 전 세계 무슬림이 같은 옷을 입고 함께 기도하며, 신 앞에서의 평등을 실천하는 상징적 의례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성별 분리, 종파 간 차별 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며, 현대적 인권 기준과의 충돌 지점이 존재하기도 한다. **4. 힌두교 – 영혼의 평등과 사회적 계급의 모순** 힌두교는 궁극적으로 모든 아트만(개별 영혼)이 브라만(우주적 실재)과 동일하다는 철학을 지닌다. 이는 영적 차원에서는 평등을 인정하는 사상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카스트 제도가 종교와 결합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고착화된 면도 있다. 최근에는 힌두교 내에서 이러한 구조에 대한 반성 및 개혁 운동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5. 유대교 – 율법 앞의 동등함과 ‘선민사상’의 딜레마** 유대교는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창조물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타인을 사랑하라’는 윤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선택된 민족’이라는 사상이 외부 집단과의 구분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현대 유대교는 인종·성별·성적 지향에 대한 포용을 확대하려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가 직면한 주요 과제들** -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 - **다른 종교와의 평등한 관계 형성** - **소외된 계층에 대한 실질적 연대** - **과거 차별적 언행에 대한 역사적 반성과 사과** 오늘날의 종교는 더 이상 자기 내부만을 위한 체계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책임을 지는 **윤리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신앙은 차별을 넘어 모두를 품을 수 있는가

종교는 인간에게 도덕적 기준과 정체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 신념이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침묵하거나, 고정된 질서에 안주하는 순간, 그것은 오히려 평등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대의 종교는 물어야 한다. “나는 누구의 편에 서고 있는가?” “내 신앙은 누구를 향해 열려 있는가?” 평등은 단지 제도적 보장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의 태도**이자, **삶의 방식**, 그리고 **신 앞에서의 겸손한 자세**에서 출발한다. 종교는 그 태도를 일깨우는 데 가장 깊은 힘을 가진다. 모든 인간이 신 앞에 동등하다면, 종교는 그 믿음을 삶 속에서 구현해야 한다. 설교와 경전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도와 실천으로 이어질 때, 종교는 평등을 위한 진정한 빛이 될 수 있다. 신이 인간을 차별하지 않듯, 우리 역시 그 누구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종교는 모두를 향한 문이어야 하며, 그 문은 어느 누구에게도 닫혀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