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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다문화 사회의 융합 가능성: 갈등을 넘어 공존과 연대로

by peongc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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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종교와 다문화 사회의 융합 가능성: 갈등을 넘어 공존과 연대로

이주민, 난민, 다인종 공동체의 증가로 인해 한국 사회는 점차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종교는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문화와 종교 간의 이해와 화해를 이끄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종교가 다문화 사회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그 가능성과 과제를 분석한다.

다문화 시대, 종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21세기 한국 사회는 단일민족, 단일문화라는 오래된 신화를 벗어나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가정, 유학생, 난민 신청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그 숫자와 영향력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인종이나 국적의 차이를 넘어서 언어, 관습, 종교, 세계관의 다름이라는 훨씬 복합적인 문제를 낳는다. 특히 종교는 문화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된 요소이기 때문에, 때로는 문화 충돌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한 공간 안에서 기독교, 이슬람, 불교, 힌두교, 원주민 신앙 등이 함께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종교는 갈등의 진원지가 되거나, 반대로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종교는 그 본질상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웃과의 연대를 강조하며, 초월적 존재 앞에서 인간 모두가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따라서 다문화 사회에서 종교는 단순히 신앙생활을 위한 도구를 넘어, 문화 간 이해와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자산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종교가 다문화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갈등을 줄이고 공동체의 통합을 도모하기 위한 신앙 공동체의 역할과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종교와 다문화의 충돌, 그리고 융합 가능성

다문화 사회에서 종교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작용한다. **정체성의 보호자**, **공동체의 기반**, **차별과 혐오의 유발자**, **평화의 중재자** 등 그 역할은 다양하며, 상황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이중성을 가진다. 1. 정체성 유지의 도구로서의 종교 이주민과 난민들에게 종교는 낯선 환경 속에서도 자기 정체성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문화 자산이다. 이슬람권 이주자들이 한국에서도 라마단을 지키고, 무슬림 사원을 찾는 이유는 단지 종교 의무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적 안정을 찾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필리핀, 베트남 출신 노동자들이 자국어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종교 행위이자 문화적 연대 행위다. 2. 종교를 통한 공동체 형성과 복지 제공 많은 종교 단체들은 이주민 사역, 다문화 가정 돌봄, 통역 지원, 무료 급식, 법률 상담 등 사회적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 단체들은 이주노동자센터, 다문화 지원센터, 한글학교 등을 운영하며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고, 천주교와 불교계 역시 국제결혼 여성, 무국적 아동, 난민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이는 종교가 공적 사회복지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기여하는 대표적 사례다. 3. 종교 갈등의 가능성 하지만 종교는 때때로 배타적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이질적인 종교에 대한 혐오와 불안을 조장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일부 개신교 단체에서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거나, 무슬림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반대로, 이슬람권 출신 일부 집단이 자국 종교 규범을 한국 사회에 강요하거나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폐쇄적인 공동체를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종교 간 이해 부족, 신앙의 과잉 정치화, 공공 영역에서의 종교 편향 등 구조적인 원인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다문화 사회에서 종교가 공존의 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타 종교에 대한 이해, 대화, 협력의 구조적 기반이 필수적이다. 4. 융합의 가능성: 초종교적 연대와 종교 간 교육 최근에는 종단을 초월한 협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가 함께 이주민 지원을 위한 연합 기도회, 다문화 평화 마당, 다종교 대화 포럼 등을 개최하며 종교가 평화와 인권의 주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학교 교육, 청소년 프로그램, 공공 정책에서 종교와 다문화를 함께 다루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종교는 배타적 교리의 전달이 아닌 문화 다양성 이해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종교가 갈등이 아닌, 융합의 접점이 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존을 넘어, ‘다름’을 품는 종교 공동체를 위하여

다문화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통합, 문화 융합, 인권 보장**이라는 공공의 가치 실현에 있어 필수적인 영역이 되어야 한다. 첫째, 종교 단체는 다문화 감수성을 강화해야 한다. 신앙 공동체가 내부적으로 이주민, 다문화 신자를 포용하기 위해 언어, 문화, 생활 방식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국어 예배, 다문화 음식 환영, 전통 의상 존중 등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실천이다. 둘째, 타 종교와의 대화와 협력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종단 간의 공동 프로젝트, 종교 간 리더십 포럼, 다종교 청소년 캠프 등은 종교 간 이해와 협력을 강화하고, 갈등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종교 교육을 통한 다문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신학교, 교리 교육, 주일학교, 법회교육 등에서 다문화와 타 종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교육하고, 편견을 해소하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넷째, 정치적·사회적 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정 종교가 다문화 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거나, 자국 문화를 절대시 하며 다른 문화나 종교를 억압하는 방식은 오히려 공동체를 분열시킬 수 있다. 종교는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야 하며, 그 약자에는 문화적 소수자도 포함되어야 한다. 다문화 사회에서 종교는 ‘차이’를 극복하려는 도구가 아니라, 차이를 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 공간이 넓고 깊을수록, 우리는 다름 속에서 진짜 공동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종교는 다시금 인간을 향한 희망의 언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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